고향집1/서용택
원로시인이 말씀하시기를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한 방법은
그냥 방치하는 것이라 하였다.
20 여년을 방치한 내 고향집이
시를 쓰고 있다.
어젯밤 꿈 속 내 고향집
앞마당에 붉은 고추 널려있고
우물 옆 장독대 정갈하고
뒤뜰에 토란대도 무성하고
대추 한 두어 말은 열린 집
어머니가 계시는 집
차라리 꿈속에나 있을 것을…
마당을 삼켜버린 잡초들이 세상을 차단하고,
썩어 내린 장독대엔 간장/된장 다 먹어치운 악다구니 잡초,
가지 찢어지던 대추는 안보이고
되레 바람난 대추나무 머리 풀어 서양나무가 되어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로 주저앉은 내 고향집
최소한의 정조(貞操)도 성가신 듯 창호(窓戶)도 풀어헤치고
해와 달의 궤적기억도 분해 된 채
멀거니 도둑고양이를 제 주인인양 품고 있다.
방치해 둔 내 고향집이
시를 쓰고 있다.
차마 낭독할 수 없는…
부끄러운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