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2007년 송년시

글로와 2007. 12. 30. 19:53

榮堂 서용택

마지막 길을 떠나가듯

앞산 너머에서 여명을 다그치고 다그쳐서야 12월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일년이란 시간은

구름처럼 강물처럼 느티나무 이파리를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내 삶과 무관한 길거리의 사람들처럼 동행하면서 유유히 흘러 가버렸다.


한미FTA, 아프카니스탄 인질납치, 주가 2000돌파, 유가 고공행진, 대선, 서해앞바다 기름유출 …….

남들과 공유되는 굵직한 일들도 있었지만

남들에게도 보이기 싫은 아주 깜깜한 수많은 일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산중에 드문드문 노랗게 피어나는 나리꽃처럼 화려했던 일들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흩뿌려져 정해년 시공을 채웠다.


이제 구멍 속에 다 들어가고 끄트머리만 남은

뱀 꼬랑지 같은 정해년에서 미련의 눈을 떼야 할 때가 왔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짙게 채색되고 있다.

이제 가슴 아팠던 병을 털어내고

무자년의 세상 속으로 나가야겠다.

200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