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서용택
처음에 빨강은 노랑을 좋아했지요.
곧이어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정열적인 빨강은 명랑한 성격의 노랑이 어찌나 예쁜지
잠시라도 곁에 두질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빨강이 노랑을 좋아하면 할수록
노랑이 거만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딴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인지
점점 오렌지로 변해가는 것이었습니다.
빨강은 그런 노랑이 못마땅해 몹시 다투고 비난하다가 결국은 헤어졌지요.
시간이 흐른 뒤 빨강은
이번에는 평온함이 매력적인 파랑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빨강은 다시 파랑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지요.
빨강은 다시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보다 더 많은 정성과 관심으로 파랑을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파랑이 우울한 보라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빨강은 파랑이 자신의 사랑에 반감을 갖은 것으로 생각했고
결국 파랑과도 헤어지게 되었지요.
빨강은
자신의 정열적인 사랑을 알아주기는커녕 도리어 변심해버린
지난 사랑들이 몹시 서글펐습니다.
많은 시간들이 흐르면서 빨강은 몹시 외로웠지만
섣불리 누군가를 사랑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주황과 우연한 만남을 기회로 좋아하게 되었지요.
결국 빨강은 주황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지난시절 좌절된 사랑 기억에
자신의 뜨거운 마음대로 끌어안는 사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황이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을 그저 지켜보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주황은
빨강이 처음 반했을 때의 발랄한 주황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빨강은 그제야 깨달았지요.
노랑의 삶에 빨강이 섞여들면 오렌지로 변할 수밖에 없고,
파랑의 삶에 빨강이 섞여들면 보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랑?
사랑이란!
나의 색으로 사랑하는 이를 덧칠하며 가두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 성격대로 살아가도록 내 공간 일부를 내어 주는 것!
그래야 비로소 그 공간에서
내가 좋아했던
본시(本始)의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것이
영원으로 이르는 사랑법이란 걸….
2007.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