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계절병 / 서용택
바람에 손목 잡힌 가을
산을 내려와
열병환자의 붉어진 얼굴로 문 밖에 서성이면
여러 계절 다독거려 겨우 잠재워 둔
까닭 없는 외로움이 성난 파도되어
가벼운 소슬바람에도
부서져 내린 구멍난 창을 치고나가
기다리는 이도 없는
붉게 녹슨 희미한 행선지로 무모한 질주를 한다.
해마다 풍토병처럼 밀려드는 낙엽 지우는 바이러스에
면역 결핍된 그 환자는
병명도 투약도 없이 투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