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계절병

글로와 2007. 10. 5. 20:53

      계절병 / 서용택

바람에 손목 잡힌 가을

산을 내려와

열병환자의 붉어진 얼굴로 문 밖에 서성이면

여러 계절 다독거려 겨우 잠재워 둔

까닭 없는 외로움이 성난 파도되어

가벼운 소슬바람에도

부서져 내린 구멍난 창을 치고나가

기다리는 이도 없는

붉게 녹슨 희미한 행선지로 무모한 질주를 한다.


해마다 풍토병처럼 밀려드는 낙엽 지우는 바이러스에

면역 결핍된 그 환자는

병명도 투약도 없이 투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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