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자국-서용택

글로와 2007. 11. 3. 03:15
                     자국-서용택

      바다가 금방 자리를 비워준
      살 고운 모래밭에
      그새 갈매기 두 마리 쉬었다 갔었다고 씌어있습니다.

      감사카메라가 설치되어있지 않아도
      알 수가 있습니다.
      이곳에 몸을 놓았다 가는 모든 것들은
      자국이 남기 때문입니다.

      걷는 것들은 발자국,
      기는 것들은 몸통 굵기만한 선자국,
      구르는 것들은 바퀴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몸무게가 없는 바람도
      힘주며 지나가면
      바람의 형체가 찍힙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자국의 형체(形體)도 없는
      이상한 자국 하나 찍혀있습니다.

      그 자국이
      진피(眞皮)가 드러난 내 영혼에
      선을 댈  때면
      마음이 몹시 아려집니다.

      2007.11.3 갑자기 썰썰해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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