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하루
榮堂 서용택
탑골공원 느티나무
날마다 속없이
수많은 이파리로 바람과 놀아나다
찬바람에 잎을 다 털리고 망연자실
말이 사라졌다.
이제는 바람이 와서 건드리면
표정 없는 나뭇가지로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긁적 긁적 낙서만 반복하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 벤치 주변에는
하릴없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노인들이
허리를 납짝 구부리고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왔다 갔다 하는 생각들이 수 없이 할퀴어서
선이 희미해진 낡은 장기판을 가운데다 놓고
팔장을 끼고 둘러앉거니 서거니 하여
제각기 생각들만 이리저리 바쁘게 들락거리면서
고약하게 버티고 있는 해에게
"장군"을 부르며
하루를 밀어붙이고 있다.
2007.12.22
徐榮堂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