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심란

글로와 2006. 10. 7. 19:09

모두가 떠나버린 추석명절연휴 고요함이 지나쳐서 적적하기만한 사택에서 귀향 다녀온 직원이 가져온 토속막걸리를 마시고도 핏기 잃어가는 나무잎처럼 허하는 마음 다스리지 못하고 일상으로 굳어진 산책길을 나섰다.

늘 다니던 산책길이 자동차 타이어 발자국으로 어지럽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코스모스는 모두가 웃고있다.

내가 코스모스를 왜 좋아하는지 한 잔 마시고 얼큰한 기운에 쳐다보니 이제야 알겠다.

웃는 꽃잎 하나 하나가 모두가 교정하지 않은 순박한 시골 촌놈들의 웃는 이빨 모양이다.

숲에는 묻혀 있던 묘지들이 바리깡을 맞은 듯, 동시에 불가에 입문한 듯 까까머리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어색하다.

덕분에 잠시 명상하며 쉬어가던 자리 인동장씨 묘비로 들어가는 길목도 잡초에 쓹히지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새얼굴인 묘지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보니 인동장씨 후예들도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3대가 도열한 묘비에 새겨진 학생과 배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남녀평등 강조가 지나쳤거나 돈들여 묘비만 새우는데 열을 올리고 비석 한 번 읽어보지 않았거나 했나보다 ㅋ

후손이야 무식하든 말든 굽어지는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묘지 위치는 두 발이 살아 돌아다니는 나를 늘 이곳에 끌어들이니 어쨋든 명당임에 틀림없을게다.

연이은 붉은 글씨가 1/3인 10월 달력을 쳐다보며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을 흥분시켰던 만큼 연휴가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도 그들의 그 흥분이 기대처럼 충족되고 있을까 궁금하다.

독을 품은 것 처럼 붉게 변해가는 옷나무 잎파리들 이제는 지쳣쳤는지 창백해져 가는 것 같다.

섬진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흐르겟겠지만 보는 내 눈이 심란한지 쓸쓸하기만 하다.

이곳에 벗이나 있으면 걍 퍼마시고 취해보고 싶다.


2006.10.7 자연산 친구

'창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왕봉 기록도전기를 마치며  (0) 2007.04.13
감금  (0) 2006.12.26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0) 2005.09.15
s  (0) 2005.09.14
  (0) 2005.09.14